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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브리프] 집단소송법안의 주요내용과 문제점
경영기획팀오석찬 2021.03,22 15:55 조회 104

지난해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인데,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권 분야에 한정해 집단소송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모든 형태의 배상청구소송에 집단소송이 가능해진다.

법무부는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며 도입이유를 밝혔지만, 기업과 전문가들은 소송남용으로 인한 폐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집단소송'이란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1인 또는 수인이 '대표당사자'가 되어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말한다. 집단소송의 판결은 실제 피해자가 소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을 받지 않겠다는 별도의 '제외신고(opt-out)'를 하지 않는 한 피해자 전원에게 자동으로 효력이 미친다. 판결금액도 피해자 전원의 손해액을 기초로 산정되기 떄문에 일반 민사소송에 비해 훨씬 큰 금액이 결정된다.


1938년부터 집단소송법을 도입한 미국에서는 담배, 가슴보형물, 패스트푸드 등과 관련한 다양한 집단소송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제어장치를 불법으로 조작한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여 총 147억 달러(약17조 4천억 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집단소송제 제정안의 다섯 가지 특징


1. 모든분야에 전면도입

현재는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 증권 관련 소송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제조물 책임, 공정거래, 특허 및 상표, 개인정보 등과 관련한 소송도 집단소송이 이뤄질 수 있다.


2. 입증책임 경감 및 자료제출 의무

피해자의 입증책임이 대폭 경감된다. 제정안에 의하면 원고는 피해사실에 대해 개략적으로만 주장해도 되지만 피고는 이를 구체적으로 답변하도록 했다.


3. 소송허가요건 완화(남소방지 장치 삭제)

현행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서는 대표당사자의 요건에 대해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가장 큰 자'와 같이 구체적으로 명시했고, '최근 3년간 3건 이상의 집단소송에 관여했던 자는 소송을 대표하지 못하도록' 결격사유도 두었다. 그러나 이번 제정안에는 소송허가 심사기간 단축을 이유로 이러한 조항들을 모두 삭제했다.


4. 1심 국민참여재판이 원칙

현행법상 국민중에서 선정된 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은 중대한 형사재판에서만 이루어지도록 되어있으며, 피고의 신청에 의해 구성된다. 반면 집단소송법 제정안에는 원고의 반대가 없으면 피고의 의사와 상관없이 1심 재판을 배심제로 진행하도록 했다. 


5. 소급적용 허용

법시행 이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소급기한을 명시하지 않아 집단소송이 어디까지 제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륙법계 최초 집단소송제 전면도입


입법예고된 집단소송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를 갖춘 나라 중 최초로 집단소송제를 전면 도입한 나라가 된다.

독일, 일본,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집단소송제가 아닌 '단체소송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소송을 신청한 피해자에게만 효력이 미치는 방식(Opt-in)으로 운영하고, 피해자 일부가 아닌 소비자단체가 대표로 소송하는 등 소송 자격을 까다롭게 둔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는 10년간의 논의 끝에 지난 2013년 회원국에 집단소송제에 대한 공통원칙을 권고했는데, EU는 미국식 집단소송을 '독성이 강한 칵테일'이라 비유하면서 유럽 법문화 체계(대륙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실험적 제도


이번 제정안은 미국 집단소송제를 모델로 하면서도 미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은 대거 추가되었고, 남소방지에 필요한 장치는 빠졌다. 소송제도의 기본원리는 '원고가 입증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지만, 그것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소송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입증책임이 낮아지는 불합리성이 발생한다.

기업의 영업비밀을 예외없이 제출하게 한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영업비밀은 기술유출 방지 등 각종 법률로 보호되는 기업의 핵심자산으로 민사소송법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제출을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또한 소송요건 제약이 삭제되어 , 남소를 방지할 수단이 악화됐고, 소급적용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제약을 두지 않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입법에 앞서 신중한 논의 선행돼야


법과 제도는 일단 만들어지면 바꾸기가 어렵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지, 도입해야 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