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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브리프] 빅블러 시대, 현상과 대응방향
경영기획팀오석찬 2021.02,15 09:26 조회 163

빅블러?

기술-산업-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빅블러라는 용어는 1999년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가 자신의 저서 블러에서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의미로 사용한 데서 유래한다.

예컨대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요식업체들이 배달음식 시장에 뛰어들거나 금융업에서 IT기술을 접목한 핀테크가 활성화되는 등 여러 산업에 걸쳐 빅블러의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화 및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빅블러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며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빅블러 현상의 여러 유형

빅블러 현상은 크게 기술 융합산업 융합으로 구분된다. 각각은 다시 가치 창출형가치 추가형으로 나눌 수 있어 총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기술융합-가치창출형은 기술혁신으로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유형이다. 이번에 최초로 개발된 mRNA 코로나 백신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존 백신은 단백질 형태로 개발되어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복잡한 구조로 생산기간이 긴 단점을 갖고 있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인 mRNA 백신은 생산기간이 짧지만 불안정적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mRNA 백신은 극저온 콜드체인 유통기술이라는 새 로운 창조적 기술융합을 통해 안정성을 높임으로써 역사상 가장 빠르게 출시될 수 있었다.

둘째, ‘기술융합-가치추가형이다. 최근 반도체 분야 의 전통 강자였던 인텔이 미세공정화 경쟁에서 밀리 며 TSMC와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고려한다고 발 표했다.

이는 두 업체가 EUV(극자외선) 노광기술로 웨이퍼당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기에 가능했다. 카메라 필름 을 현상하는 원리와 동일한 노광기술을 진화시켜 기존 반도체의 생산성에서 가치를 추가한 기술융합 사례다.

셋째, 산업 간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산업융합-가치창출형이다. 이종 산업 간 제품 또는 서비스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강화하는 유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약 70% 급감한 영화관업계는 e-스포츠, 오페라를 상영하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시장 수요를 발굴했다. CGV는 서울랜드와 합작해 국내 테마파크 최초로 자동차극장을 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산업융합-가치추가형은 산업 간 융합을 통해 기존 시장을 강화하는 유형이다. 코로나로 언택 트 라이프스타일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으며 온라인 유통산업은 지난해 전년동기 대비 18.4% 성장했다.

기존 도소매업요식업이 배달업과 융합해 온라인 유 통산업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빅블러 현상 가속화의 원인

현재 빅블러 관련 시장은 약 3.8조 달러 규모로 추산 되는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빅블러 가속화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Mission-Oriented로서 정책 목표에 부합하고 자 할 때이다. 최근 자동차업계가 탄소중립과 같은 친환경 정책목표에 발맞춰 전기차, 수소차 등을 출시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Technology-Oriented인데 기술이 진보하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때이다. AI,빅데이터 등 정보 기술의 발달은 자율이동로봇과 같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셋째, Market-Oriented로서 소비자의 요구로 가속화 되기도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 이상 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삶을 즐기는 문화생활의 공간 으로 인식된다.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정보와 오락을 동시에 즐기는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빅블러의 핵심은 기술

빅블러에서 뿌리는 핵심기술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산업-기술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원천기술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결국 융합은 핵심기술에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100년이 넘은 일본 MSG 제조업체 아지노모토는 현재 반도체산업에 핵심적인 마이크로 절연필름(ABF)’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는 자사의 MSG R&D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MSG처럼 ABF의 핵심소재 또한 아미노산 화학을 기반으로 한 수지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지노모토는 핵심기술에 집중했기에 식품업계를 넘어 반도체산업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빅블러 시대, 대응전략은?

빅블러 시대에 기업과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은 디지털 기반 기술의 전초기지가 되고자 해야 한다. ICT 인프라와 실증 역량이 글로벌 융합 트렌드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할 경우 세계시장의 테스트베드이자 혁신적 융합시장의 선도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융합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소재, 소자, 부품 전반의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 기업이 보유한 제조핵심기술과 다양한 소재기술,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업 간 협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다.

 

둘째, 정부는 빅블러 산업 생태계를 위해 규제 개선, 연구개발 지원, 기업 간 이해충돌 중재 등의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기존 금융업계와 핀테크 간 갈등, ‘타다와 같은 새로운 이동서비스와 기존 운송업계 간 갈등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적극적 중재기능이 요청된다.

또한 새로운 문제에 대한 도전과 기존 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융합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R&D 중 융합기술 R&D 투자규모는 최근 3년간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 융합기술에 대한 정부의 더 과감한 지원과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셋째, 융합의 핵심은 데이터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융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는 이종 영역의 데이터 결합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통신과 금융, 제조, 유통, 의료 등 다양한 데이터들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시장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전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빅블러 시대가 전개되면서 기술-산업-기업 간 경계가 낮아진다는 것은 기회의 문이 넓어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경쟁자의 범위도 넓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업 생태계에서 포지셔닝을 점검하면서 변화하는 시장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고 다가오는 거대 융합시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