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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브리프] 규제 지키면서 리스크 줄이는 기술, 레그테크(RegTech)
경영기획팀오석찬 2021.01,06 09:31 조회 129

 최근 기술혁신과 국가 간 거래 활성화로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금융기업들 사이에선 규제 대응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 상품과 거래가 복잡해지면서, 규제 환경도 훨씬 복잡한 형태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가상화폐 거래나 크라우드 펀딩이 활발하다 보니, 해외 규제에도 실시간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의도치 않게 규제를 위반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문제는 규제를 위반하면 어마어마한 대가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규제위반 벌금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에 부과된 벌금은 연간 140억 달러(약 15.6조 원)를 넘어섰다. 가장 많은 규제 위반 사례는 ‘자금세탁방지 규정 위반’이다.


 ‘레그테크’란?

레그테크는 규제를 의미하는 ‘Regulation’과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AI·블록체인 등 최신기술을 활용해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준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말한다. 

레그테크는 자금세탁방지, 규제변화 대응, 준법관리, 내부거래 모니터링, 고객식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AI 기술 발전과 함께 활용 범위도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정부-기업 간 ‘시스템 동기화’를 통해 규제정보, 금융거래정보, 제재 대상자 명단(테러·인권 사범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협업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 자금세탁방지 

기존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은 통계분석을 통해 자 금출처가 불분명한 ‘비정상거래’를 차단하는 방식이 다. 그렇다 보니 블록체인, 크라우드 펀딩 등을 활용 한 신종 자금세탁수법을 탐지하지 못하거나, 정상적 인 거래를 차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레그테크 시스템은 거 래데이터를 분석해 최신 자금세탁 수법을 스스로 학 습하고 잡아낼 수 있으며, 오류 발생 확률도 훨씬 낮 다. 아이슬란드의 란즈방킨(Landsbankinn)은행은 레그테크 솔루션을 활용해 매일 1,000여 건에 달하 던 탐지 오류를 100건 수준으로 줄였다. 


2. 규제변화 대응 

수많은 규제기관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바뀐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레그테크를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 로 해결할 수 있다. 

네덜란드 기업인 볼터스 클루버(Wolters Kluwer)의 레그테크 솔루션은 50여 개국의 규제 개정사항을 자 동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준 다. AI가 비슷한 분야의 규제들을 카테고리화하면 기 업이 자신에게 적용되는 규제 내용만을 골라서 확인하 고 대응할 수도 있다. 스페인 상업은행인 BBVA, 미즈 호(Mizuho), 중국 상업은행 등 다국적 은행에서 이를 이용해 여러 나라의 규제 변경에 실시간으로 대응 중이다. 


3. 규제업무 자동화 

레그테크는 각종 행정처리 업무프로세스를 자동화 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비용절감에 기여한다. 신한은행은 AI와 로봇을 활용한 프로세스 자동화 기술(RPA)을 활용해 기업의 재무제표 입력업무를 자동화했다. 직원이 사업자번호와 재무제표 발급번호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국세청에서 필요한 자료를 조회해 입력하고, 직원에게 완료 알림을 보낸다. 업무 시간뿐 아니라 잘못된 숫자 입력으로 인한 오류도 크게 줄였다. 신한은행은 업무자동화로 21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 내부통제 및 실시간 모니터링

최근 금융기관의 내부통제는 개인정보 유출, 해킹, 자금 유용, 금융사기 등의 사고 예방뿐 아니라 모든 업무를 모니터링하는 ‘실시간 준법감시’로 확대되고 있다. HSBC은행은 레그테크을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업무의 모니터링에 활용하고 있다. 레그테크 시스템은 전 세계 모든 지점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점검해,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관련 업무를 차단한다. 그 밖에 전산 기기의 보안 솔루션 설치 여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상태 등 보안 관련된 현황도 모두 점검한다.


5. 고객신원 확인

서류 검토와 위변조 검사로 긴 시간이 소요되던 고객신원 확인 절차 역시 빨라지고 있다. 국내 레그테크 업체인 아르고스(Argos)의 솔루션은 딥러닝에 기반한 얼굴 인식 기술로 고객의 사진과 실물의 유사성을 수동검사보다 10배 이상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또한 고객의 신용도평가 결과를 신속하게 제공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돕기도 한다.

 

[외부 필진 칼럼은 대한, 창원상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