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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의 브리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과 시사점
경영기획팀오석찬 2020.11,23 09:20 조회 161

지난 11월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이 최종 타결되었다. 

ASEAN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15개국이 서명을 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FTA를 체결한 것이다. 



 RCEP 타결의 의의 

RCEP은 세계 최대의 FTA로 범아시아 지역경제통합체를 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RCEP은 유럽연합 다음으로 많은 15개국이 참여하고 경제규모(GDP)는 26.3조 불, 인구는 22.6억 명, 무역규모로도 5.4조 불로 전세계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로 인해 WTO 등 다자체제가 약화됨과 더불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RCEP 서명은 전세계에 대한 자유주의 확산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RCEP은 일본과의 첫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계 경제대국 1위부터 5위(미, 중, 일, 독, 인)까지와 모두 FTA를 체결한 성과이기도 하다. 

신남방 핵심지역인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 중에 치우친 교역 구조를 다변화하고 우리 기업의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타결 결과 

먼저, 주요 규범 부문을 살펴보면 RCEP 협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단일 원산지규정이다. 원산지 관리는 기업들의 FTA 활용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많은 양자 간 FTA가 체결되어 있고, 협정별로 다른 원산지규정을 채택하고 있어 일명 스파게티볼 효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 이번 단일 원산지규정은 기업들의 무역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 챕터를 신규로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국경간 이동과 설비 현지화 요구 금지 등을 규정하여 급성장중인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서비스 및 투자 규범이 강화되고, 투자자 권익 보호 수준도 제고된다. 각 국가별로 일부 분야에 대해 최혜국 대우 의무를 부여하고 래칫(자유화 후퇴 방지)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한류 콘텐츠가 확산 중인 RCEP지역 내에서 우리 지재권 보호도 강화된다. 기존 한-아세안 FTA에는 지재권 챕터가 없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온라인 게임, 영화 제작〮배급, 도소매 등 문화콘텐츠 및 유통 관련 부문에서 합작법인 설립 허용 등 시장 개방을 얻어냈다. 

일본과의 양허를 보면, 양국 모두 품목 수로는 83%로 동일하나, 수입액으로는 일본의 추가 관세철폐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2%p 높다(韓 76%, 日 78%). 

또한, 일본에 대해 자동차, 기계 등 주요 민감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하였고, 개방 품목도 장기(10~20년) 및 비선형철폐를 다수 활용하여 보호하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보다 장기철폐(10년 이상) 비중이 높으며(韓 41.6%, 日 17.1%), 특히 우리는 20년 철폐(韓 455개, 日 2개) 및 비선형철폐(韓 105개, 日 없음)를 더 많이 활용하기도 했다. 

농산물 부문 개방은 최소화했다. 양허제외품목은 전통적으로 민감성이 높은 품목인 쌀, 고추, 마늘 등과 수입액이 큰 민감품목인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다. 아세안 국가의 요구를 일부 반영하여 열대과일 등을 추가 개방하였다. 


RCEP 타결에 대한 평가

RCEP 타결은 아태지역 교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인도가 빠진 것이 아쉽다. 인도는 대중 무역적자 확대 우려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이견을 보이다가 작년 불참 선언을 했다. 

협상 타결에 8년이나 걸렸지만 협정 수준도 기대에는 못 미치는 면이 있다. 제조업 중심의 한중일이 대체로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의 농업 시장개방에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 상호 간 무역 개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기체결 수준에 그친 부분이 크다. 

RCEP을 주도하는 것이 중국이라는 오해도 문제다. 당초 RCEP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협상을 주도하려면 시장개방에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중국은 그런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반면 아세안은 RCEP 협상의 사무국 역할을 수행해왔던 만큼 RCEP은 아세안 중심의 FTA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과제와 시사점

협상 탈퇴로 인도가 지역경제통합 참여 기회를 놓쳤으나 외교통상적 노력을 강화해 인도가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중 무역갈등 구조에서 중국 편에 선다는 억측이 있을 수 있다. 중국 견제 및 미중 경제분리(디커플링)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비시장경제국가와의 무역협정 체결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 견제를 위해 우방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RCEP이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한편, 향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흔들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으로 통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통상대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경제효과 실현을 위해서는 협정의 조기발효를 위해 국내외 노력을 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큰 폭의 개방은 아니지만, 품목에 따라 부분적으로 시장개방이 개선되는 만큼 향후 공개된 시장개방 내용을 분석해 기업들은 활용 가능한 분야를 찾아야 한다. 단일 원산지기준도 부대조건이 붙어 있을 수 있으므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향후 RCEP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향에 대한 심화 분석도 진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번 RCEP 체결을 통해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진 칼럼은 대한, 창원상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